퇴근 후, 우리가 다시 노트북을 켜는 이유

퇴근 후 불 꺼진 방에서 익숙하게 노트북을 켭니다. 낮 동안의 치열했던 업무는 끝났지만, 저희 둘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가끔 묻습니다. 안 피곤하냐고, 왜 그렇게 사서 고생하냐고 말이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피곤하고, 때론 꿀 같은 주말이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니터 불빛에 비친 저희의 표정은 마냥 지쳐있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설렘이 더 크다고 할까요. 이것이 바로 저희가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딴짓’에 푹 빠져있는 이유입니다.

‘이건 못 참지’ - AI라는 강력한 무기

몇 년 전만 해도 저희 같은 평범한 개발자 둘이서 아이디어 하나를 앱으로 만드는 건 정말 큰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AI라는 너무나 강력한 무기가 생겼습니다.

‘이 기능은 어떻게 짜야 하지?’ 하고 막막할 때 AI는 귀신같이 길을 알려주고, ‘앱 아이콘은 뭘로 하지?’ 하는 고민은 간단한 명령 몇 줄로 근사한 이미지들을 보여주며 해결해 줍니다. 예전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일들이 ‘일단 해보자!’는 용기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눈앞에 이렇게 좋은 연장이 있는데, 이걸로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월급만으론 불안하니까, 아주 솔직한 이유

물론 이렇게 거창한 기술적 호기심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솔직한 이유가 마음 한편에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돈’에 대한 고민, ‘제2의 월급’에 대한 갈망이죠.

회사에서 받는 월급은 안정적이고 감사하지만, 동시에 저희의 미래를 온전히 책임져 주진 못한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 ‘월급만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 앞에서 저희는 작아지곤 합니다.

그래서 직접 부딪쳐보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회사 밖에서도 통하는지, 그래서 새로운 수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요. 이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자,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가장 안전한 투자, ‘우리의 시간’

이런 목표를 위해 저희가 내건 담보는 ‘돈’이 아닙니다. 바로 ‘시간’입니다. 퇴근 후의 저녁과 주말이라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자산이죠.

큰돈을 들여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실패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최악의 경우, 즉 아무도 우리 서비스를 쓰지 않아도 저희에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과 성장한 개발 실력이 남습니다. 말 그대로 ‘망해도 본전’인 셈이죠. 저희는 이 시간 투자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하고 리스크 적은 베팅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희는 노트북을 켭니다. 누군가에겐 무모한 시간 낭비처럼 보일지 몰라도, 저희에겐 하루하루 쌓여가는 가장 확실한 자산입니다. 이 작은 ‘딴짓’이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저희의 여정을 앞으로도 재미있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